노부모 부양 책임을 누구에게까지 지워야 할까.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기초수급자의 1촌 혈족과 그 배우자'에게 부양의무를 지운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다. 그런데 여당이 내년부터 부양의무자 범위에서 배우자(며느리, 사위)를 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난 21일 "국채를 발행해서라도18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예산 6조원은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기초수급자의 부양의무자에서 배우자를 제외함에 따라 새로 수급자가 되는 28만 명을 위해 내년 예산에 1조290억원을 반영할 방침이다. 자식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못 되는 117만 명의 '비수급 빈곤층' 중 일부를 보호하려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 안대로 할 경우 소득과 재산 명의를 며느리나 사위로 바꾸고 기초수급자 자격을 얻는 편법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수급자 혜택 때문에 위장 이혼까지 하는 사례가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졸속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부양의무자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도 많다.

현재 홀어머니를 둔 아들(4인 가구)일 경우 소득과 재산을 합한 소득인정액이 월 379만원을 넘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정된다. 그러나 대도시에서 자녀 교육시키고 생활하려면 이 정도 소득으로는 빠듯하다. 또 자식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해 따지는데 이 기준도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있어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당선인도 이 같은 문제 의식에 동의해 "부양능력 판정기준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에서 배우자를 삭제하겠다고는 명시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의 부양능력 판정기준선인 379만원(4인 가구)은 좀 박한 수준"이라며 "기초수급자 대상이 홀어머니일 경우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비용(약 50만원)을 얹어 부양능력 판정기준을 430만원 선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1~3급 중증장애인에 한해 부양의무자 제도를 아예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강하다. 장애인 사회의 숙원 중 하나다. 이렇게 하면 10만 명 정도의 장애인이 기초생활 보호를 받게 된다.

◆부양의무자=기초수급자의 1촌 이내 혈족과 그 배우자를 말한다. 부모 중 한 명만 생존해 있고 자식이 4인 가구일 경우 자식의 월 소득인정액이 194만원 이하면 부양능력이 없다고 보고 부나 모가 수급자가 된다. 반면에 379만원이 넘으면 수급자가 못 된다. 194만~379만원이면 부모에게 지급되는 생계비 일부를 깎는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